a merry-go-round
[FF14/에스히카] 저녁 산책 (W. 오엘 님) 본문
오엘( @inAmaurot )님께 받은 글입니다.
용시전쟁 완결편 이후의 내용입니다. 창천 스포일러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이나님의 에스히카를 날조했습니다. 한줄짜리 모브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들었던 노래 https://youtu.be/tmljfYBkGVg
사랑하는 이를 잃어 분노에 미쳐 날뛰던 용의 포효가 바람결 너머로 멎어버리고 맞이하는 밤이었다. 에스티니앙은 눈을 뜨고 몸을 조심스레 일으켜 자신의 침대 옆편에 있는 창문에 고개를 내밀어 구름바다의 깊은 심연처럼 새카만 이슈가르드의 밤하늘을 바라봤다. 그가 살아남아 맞이한 날의 이슈가르드는 여전히 살이 얼어붙을듯 바람이 매섭고 달과 별들은 자신이 어렸을 적과 동생과 보았던 하늘과 같이 찬란하게 빛이 났다. 잠시 동안 동생에게 별자리를 하나하나 알려줬던 과거에 빠진 그는 창문 너머를 한참이나 바라보다 무언가 생각이 나듯 자연스레 수납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가 바라본 나무 재질의 수납장에는 자신의 병문안을 온 사람들이 가져온 선물이 한가득 놓여져 있었다. 선물의 숫자를 대충 눈으로 세던 에스티니앙은 이왕 자신에게 온 선물이니 확인은 하자는 심정으로 그는 수납장 앞에 앉아 선물들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꺼내기 시작했다. 에스티니앙은 첫 번째로 붉은 바탕에 금색 무늬가 새겨진 책을 들어 살펴보다가 책 페이지 사이에서 떨어진 작은 종이를 발견했다. 정갈하게 써진 글씨로 보아 그는 이 선물이 자신이 아는 도련님인 알피노가 주었을 거라 예상을 했고 그 동시에 맨 마지막에 그의 이름이 보이자 에스티니앙은 헛웃음을 지었다. 두 번째로는 니드호그를 물리치면 술이나 마시자고 용기사단의 제레미가 자신이 가장 애지중지 하는 술을 보냈다. 자신이 아는 녀석 답지 않은 행동에 다른 사람이 보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그는 한참 동안 자신이 받은 선물들의 주인을 찾다가 이러다간 다음 밤이 와서도 누가 준건지 못 맞추겠다 싶어 선물들을 다시 수납장 안으로 넣으려고 했다. 그러다 문뜩 청명한 한낮의 햇살 같은 금색과 어렸을 적 양을 치다 보았던 선명한 색의 들판 같은 녹색이 유난히 어울렸던 이가 자신에게 편지나 선물 하나쯤은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라서 그는 하던 행동을 멈췄다. 그리고 에스티니앙은 그녀가 보낸 선물만 찾고 다시 침대에 눕자는 생각으로 선물들의 보낸 이를 찾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그리고 그가 선물들의 주인들을 다 찾았을 무렵 모험가가 자신에게 아무런 선물이나 편지 하나라도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자 에스티니앙은 우울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렇게 찬 바닥에 한참이나 앉아 부정적인 감정의 바다에 허우적 거리던 에스티니앙은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침대에 누운 뒤에 자신이 그 사람에게 무얼 잘못했는지를 눈을 감고 곰곰이 떠올렸다. 첫 만남은 무난했고 그다음에는...... 그리고 니드호그에게 지배를 당하여 모험가에게 큰 상처를 입혔고 마지막에는 그 사람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애원했지.
" ......아."
에스티니앙은 밀물마냥 속에서 밀려 들어오는 탄식을 내뱉으며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여기서 생각을 멈췄으면 좋았으련만 자신을 죽여달라고 애원할 때 카나리아의 표정이 일그러진 것을 떠올려버리자 그는 과거의 자신의 멱살을 잡고 당장 조용히 하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참담한 심정이 되었다. 그래. 그 정도면 모험가가 아무런 선물도 편지도 주지 않아도 자신이 뭐라 할 말은 없었다. 그렇게 그가 다시 침대에 누워 한참을 자신을 향한 저주를 날리고 있을 때 문밖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와 포장지 특유의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에스티니앙은 시선을 흘끔 돌려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지금은 보통 사람이라면 자고 있을 새벽 3시였다. 그는 밖에 있는 사람이 드래곤족과 공생을 원하지 않는 자나 자신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인가 싶어 자신의 옆에 있는 창을 들고 조심스레 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상대방이 어쩌지 못하게끔 문을 확 밀치자 그곳에는 당황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카나리아가 있었다.
" 네가 왜 여기에? "
" 어. 어? 지금 일이 끝나서 병문안 선물을 가져왔는데 그게 네 휴식을 방해한 것 같네. 미안해. "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자신의 왼손으로 잡고 있는 과일 바구니를 에스티니앙의 눈앞에 올려 보여주었다. 그제서야 그는 자신의 창을 문가에 두곤 모험가가 들고 있는 과일 바구니를 받았다. 몸상태는 괜찮냐는 그녀의 질문에 건강한데 의사가 나가지 못하게 해서 답답하는 대답을 하는 등 둘은 문 앞에서 시답잖은 이야기를 한참이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모험가가 먼저 푹 쉬라며 에스티니앙에게 작별 인사를 보냈다. 에스티니앙은 카나리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이대로 보내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아버렸다. 누군가의 손이 자신의 손을 잡는 느낌에 놀란 모험가는 크게 놀라 떠진 눈으로 에스티니앙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저기? 혹시 부탁하고 싶은 거라도? "
카나리아의 질문에 에스티니앙은 한참을 우물쭈물 거리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그녀에게 답을 했다.
" 잠시 산책이나 할까. "
에스티니앙은 자신에게 선물로 보내진 외투를 걸치고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험가와 함께 고요하고 희미한 가로등의 불빛이 맴도는 성도 내부를 걸어 다녔다. 아직 새벽 3시였기에 하늘은 총장실의 책상에 놓인 잉크마냥 시커먼 색깔로 가득했다. 그는 하늘을 바라보던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옆에서 함께 걷고 있는 카나리아를 흘끗 바라봤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에 보인 그녀의 볼과 코끝은 찬 공기 속에 오랫동안 있었는지 옅은 빨간색을 띄우고 있었고 입술은 무언가를 바른 것 마냥 옅은 산호색이었다. 그것이 제법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던 그는 자신도 모르게 카나리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게 되었고 어디선가의 시선이 느껴졌던 그녀가 에스티니앙을 향해 바라보아 둘은 눈을 마주치는 꼴이 되어버렸다. 에스티니앙이 그녀의 에메랄드빛 눈동자와 마주치자마자 바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렸고 카나리아는 약간은 심술궂은 표정으로 그에게 말을 걸었다.
" 뭘 빤히 보고 있었어? 나? "
카나리아의 질문을 들어버린 에스티니앙은 그냥 너를 보고 있었다고. 입술 색깔이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하려 입을 열었지만 그의 입 밖으로 나와버린 것은 생뚱맞은 말뿐이었다.
"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너 뒤에 있는 엘레젠 두 명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
자신이 듣기에도 거짓말인 게 분명한 말에 그는 그냥 입을 다물고 있을걸 하며 후회했다. 카나리아가 천천히 뒤를 돌아보자 신기하게도 그녀 너머의 다리에는 한쌍의 엘레젠 남녀가 서로 손을 꽉 잡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에스티니앙은 둘을 바라보던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그는 문뜩 그 둘이 손을 잡고 있는 것이 모험가와 자신의 모습으로 보였고 곧이어 자신도 그녀의 손을 잡고 싶다는 생각 하나가 그의 머리속을 자리잡았다. 한참을 카나리아의 희고 가는 손을 바라보던 에스티니앙은 두 엘레젠은 어딘가로 걸어가 사라질 때 시선을 갈무리하곤 다시 그녀와 산책을 이어나가려고 했다.
" 아까 그 둘. 연인인가 봐. 행복한 얼굴로 서로의 손을 잡고 어딘가로 가던데? "
에스티니앙은 카나리아의 말에 친구 사이도 그럴 수 있지.라고 대꾸를 했고 그녀는 그래?라고 말한 뒤 무언가를 고민하듯 잠시 가만히 있더니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 그럼 우리도 친구니까 손잡고 가도 되는 거네. "
" ...... "
카나리아의 손을 바라보던 그는 자신이 그렇게 이야기는 했고 잡고는 싶지만 막상 잡으면 그녀가 당황스러워하면 어떻게 하나 싶어 계속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다 자신의 손에 느껴지는 온기에 정신 차린 그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고 곧 카나리아가 먼저 자신의 손을 잡았음을 깨달았다. 모험가가 에스티니앙의 손가락 사이에 자신의 손가락을 얽혀 깍지를 끼고 나선 무언가를 발견하듯 듣기 좋은 목소리로 그에게 말을 건넸다.
" 에스티니앙. 귀가 빨개졌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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