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erry-go-round
[FF14/에스히카] 조각글 (W. 미따 님) 본문
이 녀석. 연락이 안된다.
카나와 에스티니앙의 사이에서 잦은 여행과 그로 인한 면면의 두절이라는 상황은 퍽 익숙한 편에 속했으나 삶은 언제나 도전과 넘어서야 할 과제를 던져주는 편이다. 세상 하나를 구해내라 우당탕 밀려나온 제 운명이 이윽고 인연에 의해 차원을 하나 훌쩍 넘어 다른 세상을 구해내는 역할에까지 몸을 우겨넣었듯이 말이다.
전쟁터와 천년 간 이어진 거짓의 몰락, 해방 운동의 주체라는 터무니없는 극 속에서도 용케 연인 사이의 붉은 실을 낚아채고 동거라는 알콩달콩한 삶을 꾸려내는데 성공한 그녀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래. 이번의 상황은 다소 심하긴 했다.
카나는 인정했다. 세계의 변두리를 넘나드는 상황에서의 긴박한 시급과 당장 건져내야 할 목숨들은 나의 달링에게. 따위의 핑크색 잉크와 콩콩 찍힌 애교 있는 활자들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연락이 없어지긴 했지. 이번은 몹시 특수한 상황이었고. 연락이 두절되는 건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그래도 이건 좀 길지 않아?
카나는 원초세계로 돌아온 감각과 해방감을 누리다 못해 쌍둥이들과 위장섭식운동의 기능을 점검하기 위해 식당으로 용맹하게 쳐들어가버린 그라하의 뒷모습을 배웅하고 턱을 괴었다. 탁탁탁탁. 손가락이 정교한 박자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손톱이 기울여지다 조금 끼익, 하는 소리를 내며 그 끄트머리를 긁었다.
연락이 안되는 상황은 익숙하지만. 세계 하나를 구하고 돌아올 때까지 그녀 자신보다 그의 상황이 더 바쁠 건 대체 뭔가?
에스티니앙이 연락이 안된다.
세계 하나를 구하고 또 하나를 구하러 당장 달려가야 하는 빛의 전사보다 바쁜 놈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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