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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스포일러※ 칠흑비화 5화 번역 <영광의 낙양> 본문

FFXIV

※5.0 스포일러※ 칠흑비화 5화 번역 <영광의 낙양>

다비비 2020. 8. 27. 19:11

*파이널판타지14 칠흑의 반역자 탱커 롤 퀘스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자기만족용 번역입니다. 글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위한 의역/오역 있습니다*

낙양 : 저녁때의 햇빛. 또는 저녁때의 저무는 해.


 이는 아직 노르브란트 하늘에 빛이 엉겨들어 가득 차기 전의 일.

 높은 창문으로 비치는 달빛 아래에서 열심히 플라스크를 들여다 보는 사람이 있었다. 이 나라, 푀부트 왕국의 주요 민족인 드란 족도 가르젠트 족도 아니다.

 「영혼」의 신비를 밝히려는 그는 왕가보다도 글뤼네스리히트 성의 한 구석에 방을 마련해 놓고 일 분 일 초를 아껴가며 연구했다. 이 날도 벌써 한밤중이 지났는데도 실험대를 떠나려 하지 않았다. 그런 베크=라그를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푀부트 왕국의 제2공주 폴디아다.

 붙임성 있고 호기심 많은 이 드란족 소녀는 휘황찬란한 왕성에 앉아 은자처럼 사는 베크=라그가 마음에 든 듯, 종종 찾아와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일방적으로 말하고 돌아가고는 한다.

 그러나 오늘은 어찌 된 영문인지 도무지 입을 열지 않는다.

 미심쩍다 생각한 베크=라그가 뒤돌아 보니, 그녀의 얼굴은 드물게도 어두웠다.

 

 "피아, 뭔가 우울한 일이라도 있었나?"

 

 베크=라그는 친근하게 애칭으로 말을 걸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을 뿐이었다.

 

 "흐응, 보아하니 너의 언니인 솔디아 공주가 세 개의 국보를 계승한 일이군? 그게 제2왕녀인 너에게는 유쾌하지 않은 일인 것이고."

 

 푀부트 왕국은 쌍두 늑대를 본뜬 3개의 보석 장식을 국보로 삼아 이를 대대로 왕위 계승자가 이어받고 있다. 바로 얼마 전, 그 보석을 물려받을 이가 제1공주인 솔디아로 정해졌던 것이다. 이는 사실상 왕위를 물려받는 것이 정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무리 인간의 세상 물정에 어두운 베크=라그라고 해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

 

 "아니야! 언제나 공명정대(公明正大)하고 당당한 언니가 왕위를 이어야 한다구! 내가 바라는 건, 그런 언니를 계속 지탱해 주는 것......인데, 아버님이 혼담을......!"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글썽이는 폴디아를 보며 베크=라그는 자신의 안일함을 뉘우쳤다.

 사람은 누구나 왕위를 원한다고 동료들로부터 들었는데, 아무래도 그녀는 예외였던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위로해야 할까. 베크=라그가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또 다른 방문객이 찾아왔다. 흰 로브로 몸을 감싼 날씬한 드란족, 궁중 마도사 타드리크다.

 그는 허락조차 구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연극을 하는 듯한 어투로 말하기 시작했다.

 

 "오오, 폴디아 님. 그 심정을 잘 압니다. 그러나 왕께서는 솔디아 공주의 왕위 계승을 대내외에 강력하게 나타내기 위해 2공주인 당신을 다른 나라로 시집보내 왕가 밖으로 보내고 싶은 것이겠지요."

 

 갑작스런 방문자에게 놀란 모습이긴 했지만, 폴디아는 대답했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아버님께서는 누구보다도 나라의 안녕을 바라고 계신 것을...... 그렇지만......!"

 

 "네, 네. 당신의 심정이야 알고말고요. 원치 않는 혼인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는 것은, 왕께서도 이해해 주실 것입니다... 그러니, 이 타드리크가 왕가의 고문으로써 교섭을 해 보도록 하지요!"

 

 생각지도 못한 원군에 폴디아의 얼굴이 평소의 밝은 색을 되찾았다.

 

 "어머, 정말!? 고마워요, 타드리크...... 이 얼마나 든든한 말씀일까요! 그에 비해서, 베크=라그는...... 위로의 말 한 마디도 없는 건가요?"

 

 그렇게 말하며 장난스럽게 웃는 그녀에게, 베크=라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며칠 후

 베크=라그의 연구실로 찾아온 폴디아는 혼인 건에 대한 전말을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타드리크의 설득으로 롤드릭 왕은 그녀의 혼담을 철회했다는 모양이다.

 그러나 왕은, 그녀가 궁정에 남는 조건으로, 제2왕녀의 신분을 버리고 궁중 마도사가 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마법의 소질 같은 건 없어...... 그러니까, 당신에게 의논할 것이 있어. 전에 이야기해 준 적이 있었잖아. 영혼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그 사람 안에 잠들어 있던 재능을 꽃피우는 비술을 발견했다고......"

 

 애원하는 듯한 그녀의 시선에서 벗어나기라도 하려는 듯, 베크=라그는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안 돼, 피아. 이 연구는 아직 갈 길이 멀어. 육체의 생명력을 일시적으로 활성화하는 비약이 완성되었을 뿐이지, 마법의 재능을 눈뜨게 하려면 영혼 그 자체에는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미치게 돼."

 

 베크=라그는 그 위험성을 절실히 설명했다.

 영혼은 섬세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잠든 재능을 일깨워 주기는 커녕, 육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제발, 베크=라그, 나는 가족과 함께 살고 싶어......! 궁중마도사가 되지 못하면 경애하는 언니를 지지하는 것도, 당신과 이렇게 이야기도 나눌 수 없게 돼! 그런 건 싫어, 절대로......!"

 

 베크=라그도 같은 심정이다.

 그는 성 안에서 유일하게 속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가장 친한 친구와 헤어지고 싶지 않다. 그녀가 자신에게 보여준 상냥함에 걸맞는 대가가 있다면 그것은 그녀의 이 유일한 소망을 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고민 끝에, 그는 힘들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날, 폴디아는 마법 시험에 인정받아, 정식으로 궁중마도사가 되었다.


 신분은 달라졌지만, 이후에도 폴디아는 뺀질나게 연구실을 찾아와 끝없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녀의 미소를 볼 때마다 위험한 비술을 가르쳐 버린 것에 대한 후회는 조금씩 잦아들었다.

 

 "그러고 보니, 거울 호수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물이 나타났다지? 피아도 조심해야 한다?"

 

 당대 롤드릭 왕이 왕좌에 오른 후 수십 년, 푀부트 왕국은 큰 전란에 휩쓸리지 않고 평화를 누려 왔다. 그런데 며칠 전, 어딘가에서 침입한 마물에게 양치기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 비록 왕국 기사의 활약으로 마물은 격퇴했지만, 성하의 동요가 진정되기도 전에 연달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혼란은 가중되었다.

 조사를 더 진행한 결과, 마물은 다른 곳에서 침입한 것이 아님이 밝혀졌다. 나라 안에 거주하던 백성들의 모습이 바뀌고 있었던 것이다. 내일이면 이웃이 마물로 변하지 않을까. 사람들은 의심에 빠졌고 공포심은 단숨에 커져갔다.

 이에 롤드릭 왕은 왕국 기사단뿐만 아니라 궁중 마도사들에게도 수사에 참여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두 조직을 통솔하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현장이 혼란스러워지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 가운데, 혜성처럼 나타나 사태를 호전시킨 것이 제1왕녀, 솔디아였던 것이다.

 

 "언니는 정말 대단하시다니까! 가르젠트의 왕국 기사를 거느리고 최전선에 서서 싸우시는 거 있지!"

 

 폴디아가 흥분해서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차세대 왕으로 인정받은 솔디아가 진두지휘에 나서면서, 평소 대립하기 일쑤였던 왕국 기사단과 궁중마도사가 뭉쳐 마물과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시작한 것이다.

 원인을 규명하는 데에서 난항을 겪었지만 경계태세가 강화되었고, 마물로 변이되는 일이 일어나도 신속하게 대응하여 피해가 커지는 것을 막아나갔던 것이다.

 한편, 베크=라그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사람이 마물화하는 현상에 대한 짐작 때문이었다.

 폴디아에게 가르친 비술을 응용하면 영혼의 모습 자체를 개변하여, 사람을 마물과 같은 이형으로 만드는 것도 이론상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그 천진난만한 피아가 비술을 악용한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베크=라그는 의심을 떨쳐 버리려는 듯 연구에 몰두했다.

 

 그 동안에는, 수사지휘를 하던 솔디아가 마물에게 습격을 당해 부상을 당하자 그 책임을 물어 호위역의 왕국 기사가 추방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그 소문을 들었을 때도 베크=라그는 귀를 막으려는 듯 더욱 연구실에 틀어박혔다.

 범인이 누구던지, 언젠가 누군가가 찾아내 처벌할 것이다. 죄에 비례하는 것은 벌의 대가이다. 세계는 그런 균형으로 결말을 맞을 것이라고 믿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 날도 역시 베크=라그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플라스크를 흔들고 있었다.

 갑자기 문이 부서질 듯 열리더니 누군가가 달려왔다. 왕가의 시중을 드는 역할인 응·모우족의 수르=올이었다.

 

 "큰일이야, 베크=라그! 마물화 사건의 배후가 밝혀졌다고!"

 

 고대하던 날이 왔지만, 다른 의미로는 두려웠던 날이기도 했다.

 가능한 한 냉정한 모습을 가장하면서 베크=라그는 그래서? 라고 되물었다.

 

 "궁중 마도사 타드리크야! 그 녀석이 이번 사건을 일으켰다는 것을 모험가들이 밝혀낸 거야!"

 

 폴디아의 이름이 나오지 않은 것에 베크=라그는 진심으로 안도했다.

 

 "나는 이제부터 모험가들과 함께 타드리크를 쫓는다! 이미 성 안은 마물투성이이니, 너는 절대 밖으로 나오지 마!"

 

 방을 뛰쳐나가려는 수르=올의 등을 향해, 베크=라그가 질문을 던진다.

 

 

 "피아는...... 폴디아는 어디에 있나?"

 

 "아직 자기 방에 있겠지만 걱정할 필요 없어! 모험가 하나에게 보호해달라고 부탁해 두었다!"

 

 달려나가는 동족을 보면서, 베크=라그는 친구의 몸을 걱정했다. 며칠 전, 사건을 수사하러 왔다는 모험가들과는 만났다. 이야기를 나눠 보니 괜찮은 녀석들이라 정보 수집에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다. 그는 안절부절 못하고 연구실을 뒤로 했다.

 그렇다고 해도 싸움이 특기라고는 할 수 없는 그이기 때문에, 마물이 있으면 그늘에 숨어 지나가는 것이 고작이다. 결국에는 발견되고 말아서, 도망치려고 하는데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비켜! 개자식아!"

 

 야수 같은 마물을 단칼에 베어 쓰러뜨린 것은 엘프족 검사였다. 은회식 머리카락을 질끈 묶은 그녀는, 꼴사납게 자빠진 베크=라그를 차가운 눈으로 힐끗 보더니, 부축해 일으키지도 않고 달려갔다. 

 저건, 아르버트의 동료ㅡ라고한다면, 수르=올이 도움을 요청한 모험가라는 것이 그녀인가. 개라고 불린 것에 대한 분노조차 잊고, 필사적으로 그 등을 쫓아갔더니 폴디아의 방문을 차부수려고 하고 있지 않은가.

 

 "이 무례한 것이!"

 

 분개한 베크=라그는 엘프족 검사를 밀치고 활짝 열린 방으로 들어갔다.

 ㅡ그녀가, 거기 있었다.

 할 말을 잃은 베크=라그의 등 뒤에서 칼을 든 검사가 걸어나왔다.

 

 "칫...... 늦었나...... 최소한의 자비다, 단숨에......"

 

 마물의 피로 얼룩진 검의 칼끝이 폴디아에게 향하는 것을 보고 베크=라그는 정신을 차렸다.

 

 "그만둬! 그만둬주게!"

 

 "바보 같은 소리 마라...... 이 녀석의 왼팔을 봐라, 변이가 시작되고 있다!"

 

 그런 것쯤은 베크=라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ㅡ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어떻게 친구를 죽일 수 있겠는가.

 

 "부탁이다, 나는 영혼의 연구가야! 그녀를 구해내고 말테니...... 그러니까 목숨만은......!"

 

 변이는 돌이킬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발밑에서 매달리는 베크=라그를 보고 엘프족 검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사람을 습격하기 전에 어딘가에 유폐할 수 밖에 없다. 여기는 성이니까, 지하 감옥 정도는 있겠지?"

 

 결국 욕설을 퍼부으면서도 검사는 폴디아를 기절시켜 지하 감옥에 가두는 것 까지 도와주었다. 부탁받은 역할은 끝난 것으로 보이니, 흑막 타드리크를 붙잡으러 간 동료들에게 달려갔고ㅡ.

 베크=라그는 어두컴컴한 감옥 안에서 벗이 눈을 뜨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눈을 뜬 그것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변해 있었다.

 

 "타드리크 이 자식, 배신을 하다니......! 언니를 죽이고 나면, 나를 여왕으로 만들어주겠다 약속했으면서! 그걸 위해서 베크=라그를 꼬드겨 비술까지 손에 넣었는데......!"

 

 눈 앞에 있는 베크=라그가 보이지 않는 것일까. 폴디아는 자신의 피로 벽에 무언가를 열중해서 쓰기 시작했다.

 

 "언니만, 언니만 없었다면......! 나는, 계속 가족이랑 함께 있을 수 있었어......! 솔디아만, 없었다며어어어어언!!"

 

 망연자실하게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베크=라그였지만, 이내 견딜 수 없었는지 소리쳤다.

 

 "그 가족 안에, 솔디아 공주는 없었던던 건가!? 피아! 너는 누구보다도, 그녀를 경애하고 있지 않았나......!"

 

 그러자 문득. 폴디아는 뒤를 돌아보며 눈을 크게 떴다.

 잊혀져 가던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이.

 

 "그래...... 나는, 가족과......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언니와...... 이상하네, 왜 잊고 있었던 걸까......"

 

 힘없이 주저앉은 폴디아의 몸에서 검은 안개가 빠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타드리크의 저주에 그녀의 마음이 붙들려 있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미안해, 베크=라그...... 내 친구...... 마지막으로...... 제대로...... 사과하고 싶었어................."

 

 한 줄기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렀다.

 그 한 방울이 차가운 돌바닥에 닿기 전에 폴디아의 육체는 완전히 마물로 변했다.

 

 그날부로, 베크=라그는 자취를 감췄다.

 

 일련의 사건으로 차세대의 왕을 잃은 푀부트 왕국은, 빛의 범람 이후 습격해온 죄식자 무리에 맟서다 결국 나라를 포기하게 된다.

 그뤼네스리히트 성을 포기하게 되던 때에, 한 왕국 기사가 언젠가의 제2왕녀를 불쌍히 여겨, 독방의 열쇠를 열었다는 일화도 전해지지만, 그 후, 폴디아가 어떻게 되었는가. 그 진상을 아는 자는 없다.

 


 

(메인퀘 마물 스토리 탱롤퀘 다한사람 울고있음)